2026 제5회 구지독립영화제 <측면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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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독립영화제 소개
구지독립영화제는 곳곳에서 피어나는 독립적인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영화로 투영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서로 만나고 울려 퍼질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독립영화에서 '독립'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자, 관습화된 내러티브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합니다. 구지독립영화제는 이러한 독립이 만들어낸 주체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독립영화만의 당돌하고 발칙한 매력을 틀에 갇히지 않은 방식으로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2026 제5회 구지독립영화제 <측면돌파>
회피는 나의 집념이다.
나는 회피한다. 내겐 히어로 같은 배짱이 없다.
스파이더맨은 빌딩 꼭대기에서 거침없이 뛰어내리고, 캡틴 아메리카가 방패 하나만 들고 돌격할 때, 나는 앤트맨처럼 작아진 뒤 모퉁이에 자리를 잡는다. 좋아하는 애의 번호를 물어볼 패기도, 쪽지를 날릴 깡도 없다. 그냥 그 애의 대각선 자리에 앉아 옆 모습을 들키지 않도록 쳐다보고, 바뀐 프로필 사진에 좋아요나 누를까 고민한다. 닥친 난관을 똑바로 바라보며 정정당당하게 돌파해 나가는 것, 못한다.
정면으로 맞서는 일은 두렵다. 뭔가 대단한 각오를 해야 할 것 같고, 지더라도 폼은 나야 한다는 압박이 생긴다. 그렇다고 등을 돌린 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담담하게 살 용기는 더 없다. 완전히 떠나지도, 그렇다고 곧장 맞서지도 못한 채 나는 자꾸만 미끄러진다.
어정쩡한 상태로 맴돌다가, 다른 수를 꺼내 든다. 나는 측면을 공략한다. 모양은 좀 빠지고, 치사하고 찌질하지만 상관없다. 그래도 없는 걸 있는 척하는 것보다는 없더라도 어떻게든 해보는 게 낫지 않나. 배짱 없고 담력 없다고 단념하란 법은 없으니까. 돌파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게 꺾여지지도 않으니까. 담대한 것도 비범한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들이대고 싶다. 편법이 있다면 편법을 쓰겠다. 불법은 아니니까.
고로, 측면돌파 한다. 어떻게든 돌파한다. 그 사실이 중요하다. 돌파의 본질은 정면성에 있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끝까지 가려는 집념에 있다. 회피를 해서라도 돌파하겠다는 집념. 아무튼 해내겠다는 집착. 이 과정 속에서 우리는 비겁하고 찌질해질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아쉬움 없이 달려들고 끝내 뭐라도 하나 건져보겠다는 마음으로 덤벼든다는 것이다. 지금은 회피하더라도 끝내 닿으려는 것, 그 질긴 집념이 내가 믿는 돌파다. 측면돌파가 우리를 완벽한 해결이나 명료한 결론으로 데려가 줄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끝까지 가고야 말 것이다. 그게 중요한 것 아니겠나?
Section 1. 회피
발을 담그자니 무섭고, 등을 돌리자니 아깝다.
도망과 돌진 사이에서 미끄러지길 반복한다.
Section 2. 집념
남들 눈에는 포기한 것처럼 보여도, 사실 그 자리를 떠난 적이 없다.
정면이 아니어도 괜찮다. 정면이 막혀 있다면 측면을 노린다.
Section 3. 돌파
폼 나는 정공법도 아니고 모양새도 좋을 리 없다. 그래도 움직인다.
아무튼 달려든다. 돌파한다.
*제5회 구지독립영화제에서는 현장스케치 영상이 촬영될 예정입니다. 행사 이후 GUJIff 공식 인스타그램에 게시될 예정이며, 일부 장면에서 관객 분들의 초상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촬영이 불편하시다면 당일 현장에 있는 스태프에게 부담없이 말씀해 주세요.